행복으로의 초대 03 인생맥주집 [v3.01] > [태국]리얼생생후기

달인은 식사면 식사, 볼거리면 볼거리, 음주가무를 포함하여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늘 최상으로 준비해 주는데, 달인이 이번에 데려간 곳 중에 무척 인상깊게 남은 장소가 있어 그 추억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파타야 해변가에 위치한 독일식당인데,

이 식당에 있는 모든 것, 가구, 식기, 음식 등

하나부터 열까지 매우 정석적이고 솔직하다.

[ 겉에서 보면 흔한 파타야의 풍경이지만 ] 

이 말이 무슨말인가 하면

사실 어느 곳이나 다 정석적이어야 하는 게 맞긴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이 제일 지키기 어렵다고,

보통은 어느 지점에서 가성비 영역을 찾아

결국은 타협하기 마련이다.

목재 컨샙 인테리어의 경우 진짜 나무가 아닌 합판소재를 사용한다던지, 사기 그릇 대신 스텐이나 플라스틱 식기를 쓴다던지, 천으로 된 식탁보 대신 일회용 종이로 대신한다던지 등 말 그대로 기능적으로 이상없는 선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운영방식인데 이러한 절감이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인력[서빙/요리 등]이나 조리되어 나오는 음식의 품질[식재료의 신선도나 조리솜씨 등]에도 은연중에 묻어나기 마련이고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 역시 이런 품질타협에 대해 의례 그러려니 넘기곤 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반대로 이렇게 일절 타협 없이 정통성을 고스란히 지켜낸 가게는 요즘시대에선 무척이나 희귀하고 또 방문한 이들로 하여금 그만큼 신기함을 안겨주기까지 한다.

그렇다. 

이 주점이 딱 그런 곳이다.

겉에서 보는 건물 외관은 흔하디흔한 태국의 느낌인데 입구의 육중한 문을 들어서면서부터 무언가 사뭇 다른 인상을 주는데 안으로 들어서면 흡사 중세시대의 대저택 혹은 작은 성을 방불케 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모든 가구와 집기들이 소재나 마감에 타협 없이 온전히 정통방식을 고수해 완성된 듯한 견고함이 곳곳에 묻어나고 세월의 흔적이 오히려 엔틱의 고급스러움을 더해주는 듯 했다.

[ 당당히 늘어선 정직한 식재료들. 신선함은 기본이다. ] 

신선한 식재료를 당당히 드러낸 과감한 냉장시설과 그에 따른 훌륭한 퀄리티의 요리들, 중심에는 화로가 있어 그 자리에서 빚은 도우로 기름기 없이 담백한 화덕핏자를 구워 낸다.

한 마디로 그냥 미쳤다. 

여긴 왕실인가?

[ 당당히 전시되어 있는 맥주숙성탱크. 당연한 얘기지만 장식품이 아니다. ]

맥주 또한 숙성탱크가 당당히 중앙에 배치되어

생으로 갓 뽑아낸 맥주의 신선도를 자랑한다.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정통수제맥주 답게

취기도 솔직하게 올라온다는 점 정도?

기분이랍시고 평소 마시던 주량대로 가볍게 들이켰다간

예상 못 한 숙취에 시달릴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 대형잔의 경우 웨이터가 직접 황금비율로 따라준다. ] 

독일식 정통 수제맥주도 일품이지만,

이 맥주를 담아내는 두터운 잔도 한껏 분위기를 올리는 데 한 몫 한다. 잔이 두텁기 때문에 건배 할 때에도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힘차게 떵 부딪히는 것도 가능하고 실제로 해 보면 이게 또 기분이 끝내준다.

 [ 남심을 자극하는 두터운 잔. 오늘도 수고한 모두를 위하여! ]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면

오늘을 마감하는 자리로 손색없는 곳이니

맛있게 취하고플 때 이 인생맥주집을 찾도록 하자.

밤엔 격정적인 정분을 나누어야 하기에

얼큰히 취하는 건 피하고 싶고,

그렇다고 술이 빠지기엔 아쉬울 때

딱 적당히 갈증만 해소할 정도로 가볍게 한 잔 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

행복으로의 초대 04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