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으로의 초대 08 하늘전망대 [v1.31]
본문
파타야는 노을이 참 예쁘다.
이전에도 말 했지만 북쪽의 오로라에 견줄만큼
이 곳(남쪽)의 노을은 아름답다.
[ 살아있는 예술작품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
이 노을만큼 예쁜 풍경이
이 곳에는 사실 하나 더 있다.
바로 일출이다.
[ 이른 아침 떠오르는 태양. 노을 못지 않은 운치를 자아낸다. ]
고국에서의 생체리듬 탓에 싫어도 일찍 눈이 떠지는 편이라 이른 아침 산책을 하다 보면 이제 막 떠오르는 태양의 멋진 광경을 보곤 하는데
새벽에 가까운 아침이다 보니
새소리를 제외하곤 주변 소음도 거의 없어
한층 더 신비감을 자아낸다.
무척 안정적인 편안함이랄까,
이 따듯하고 정적인 고요함이 좋다.
이렇게 산책을 즐기고는
가볍게 요기할 아침거리를 사 와
따스한 햇살과 함께 여유있는 아침식사를 즐기곤 한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기분좋은 새소리를 BGM삼아
갓내린 커피와 함께 책을 읽는
이 시간이 좋다.
[ 이 한적함은 나만의 것이다. ]
달인스케쥴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보통 점심부터 시작이라 아침은 대체로 여유있는 편이다.
대게 밤 늦게까지 질펀하게 달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도 빼놓을 수 없는 모닝섹스의 프라이빗한 시간을 위한 센스넘치는 달인의 배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아침은 달랐다.
왜냐하면
귀국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 우울하게 일렁이는 태양. 내 기분을 대변하는 듯 하다. ]
여태껏 달인을 제외한 지난 여행들을 돌아보면
여행중간중간 돌아갈 날을 기다리거나 집에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단함을 덜어내는 약간의 기쁨 같은 게 조금씩은 있었다. 시작은 즐거이 집을 나서지만 막상 나가면 고생만 직살나게 하다가 파김치가 돼서 겨우 돌아오면 역시 집이 최고라며 다신 나가기 싫다고 투덜거리는 그런 흐름 말이다.
헌데 달인은 일정을 아무리 길게 뽑고 최대한 오래 머물러도 귀국일은 왜그리 빨리 다가오는지 얄밉기만 하고 더 머물고 싶은 욕심에 감질맛 나서 미치게 만든다.
그렇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왜 벌써 그 날인지 도통 이해되지 않지만
아무튼 가야할 날이란 사실에 현타 오지게 와서
혼자 우왕좌왕 도피거리를 찾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오후에 비행기를 타야 해서
점심엔 이곳을 떠나야 되니 남은 시간이라곤
기껏해야 서너시간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앞서 말 했듯 달인스케쥴은 빨라야 아점이고,
보통 점심부터니 사실상 내 달콤한 여행은
이제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 제발 누가 꿈이라고 해 줬으면 ]
그나마 로스타임을 이용해 그녀와의 작별인사를 나누는 것 외엔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실제로 남은시간도 이젠 없었기 때문이다.
그걸 알아서일까.
달인이 이번엔 특별히
아침시간에 투어일정을 잡았다.
그것도 제법 이른 시간에.
요 몇 년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심지어 전 날도 잔을 기울이다
새벽 4세 다 되서 잠자리에 들었으니
거의 두 세시간 눈 붙이고 일어난 샘이다.
달인은 전망대에 간다고 했다.
파타야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며
동틀 때 움직여서 일출의 아름다운 광경과 함께
보여줄 심산인 듯 했다.
“혹시 모르니까 여권 챙기고.”
수상시장처럼 티케팅 할 때
외국인 검사라도 하는 걸까?
갸웃 하며 여권을 챙겨 따라 나섰다.
아직 시간이 조금 여유있어서
가는길에 모닝커피를 샀다.
[ 모닝섹스만큼이나 빼 놓을 수 없는 것 ]
우유가득 머금은 커피의 고소함을 음미하며
여유있게 아침드라이브를 즐기는데
문득 어떤 위화감이 들어 머리를 갸웃했다.
파타야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
처음엔 ‘달인’이니까 당연히 전망대 중에서도 최고로 좋았던 곳을 찾아 서프라이즈 해 주려는 걸 테지 하고 이번엔 또 어떤 놀라움이 있을지 기대하며 싱글벙글 하고 있었는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파타야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
파타야를 한 눈에.
.
.
.
파타야를?
도시 하나를 내려다 볼만큼
높은 건축물이 이 주변에 있던가?
문득 꼬란 정상에 갔을 때가 생각났다.
[ 찬조출연 : Chief Manager Ms. Miso. ]
산 꼭데기에서 내려다 본 섬의 전경은 가히 일품이었다.
그런데
파타야에도 이만큼 높은 산이
있.. 던가..?
달달한 커피를 쫍쫍 빨며 창밖을 두런거리지만
한산하게 펼쳐진 도로는 평지만 계속될 뿐이었다.
말 없이 운전하는 달인.
이어지는 도로 주변엔 산은커녕
오르막길조차 보이지 않았다.
파타야의 이른 아침
덜컹거리는 정적속에
묘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
.
.
가만, 여권..?
문득 어떤 불안감이 뇌리를 스쳤다.
“..에이 설마”
“그 설마가 맞아.”
새침스런 얼굴로 즉답하는 달인.
눈이 휘둥그레지며 달인을 훽! 돌아봤다.
“내내내 내가 무슨 생각을 할 줄 알고..!”
“ㅋㅋㅋ 기대된다. 그치.”
한치의 의심도 없이 ‘전망대’일 거라 오직 머릿속엔 어떤 등대 같은 건축물만 상상하고 있었는데 도착한 곳은 매우 평평한 들판이었다.
매우.... 매우 평평하게 펼쳐진...... 드넓은 들판이었다.
마치 활주로처럼..
드넓은...
ㅠㅠ
이미 예약이 되어 있었던 걸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직원들이 맞이해 준다.
정신 없는 와중에 무언가의 문서에 서명을 했는데
설마 저거..
오마이갓.
이제야 고백하는 거지만 난 고소공포증이 있다.
그것도 꽤 민감한.
어느정도냐면,
아파트 복도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어지럽고
심지어 육교를 건널 때조차 아찔함을 견뎌야 할 정도다.
놀이기구 중에선 십수년전 자이로드롭을 한 번 타보고선
두 번 다시 안타리라 다짐 또 다짐을 한 몸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 벽두아침에 낙하산비행이라고??????
것도 혼자서????????????
평소 결코, 죽어도, 절대란 수식어가 붙는 것들도
달인이 권하면 내 모든 에고를 비우고 그에 응했었다.
원래 나라면 결코 죽어도 절대 하지 않을 행동들이지만
달인이 권한다는 건
그걸 몸소 경험했을 때의 새로운 깨우침과 시각,
또 그만큼의 기쁨을 맛봤기 때문이란 것을 알기에
즉각적으로 에고를 싹 다 몰아내고
내 안을 텅 비운 채로 홀린 듯이 뛰어들곤 한다.
그런 상황들중에 쉬운 난이도로는 유노모리의 사우나 직후 냉수 물바가지 3단계가 있고, 높은 난이도로는 아고고 무대 위로 던져져서 손님들 앞에서 무희들과 합을 맞추는 정도가 되겠다.
쉬운 거든 어려운 거든 내 고집을 벗고 그에 응했을 때 항상 이전에 못 느꼈던 새로운 즐거움이 있었다.
이렇듯
달인을 믿고 몸을 맡겨서
놀랍지 않았던 적이 없기에
이번에도
이번에도........... 하아.............
맨 앞자립니까............. 제발..........플리즈.......
딱 훑어봐도 그냥 낡은 쇠파이프
몇 가닥정도가 전부였다.
핸드폰이 하늘에서 날아가지 않게
스트랩을 걸어준 것 외엔
안전장구라고 할 만한 것도 딱히 없었다.
(저기, 폰 말고 나는요..ㅠㅠ)
[ 세 발 자전거에 손잡이만 이어붙인 듯한 느낌 ]
에라 모르겠다.
기절밖에 더 하겠어?
모르긴 몰라도 뭔가 있겠지.
놀이기구를 탄다는 공포가득한 설램으로
남아있던 마지막 에고도 밀어내고
모터하나 달랑 달린 낙하산 장치에 몸을 실었다.
곧이어 지나오면서 보았던
드넓게 펼쳐진 들판을 달리기 시작했다.
역시 이거 활주로 맞구만ㅠㅠ
달리고 있는데
내 앞에 아무것도 없다.
붙잡을 거라곤 그네 줄 정도..ㅠㅠ
그런데.. 어?
지면에서 점점 멀어지는데도 달리 무섭지가 않았다.
뭐지 이 안정감은?
[ 하늘을 나는 세 발 자전거 ]
처음이었다.
이렇게 하늘 가까이에 닿아서
직접 바람을 가르며 날아보는 건.
문득 물 속에 다이브 했을 때가 생각 났다.
물 위를 헤엄칠 때와 달리 물 속에서는 딱히 수영방법이랄 게 없었다. 그저 물살을 느끼며 그 물살의 흐름에 가볍게 지느러미를 팅긴다는 느낌인데, 그렇게 물에서 헤엄치다 보면 물고기의 우아한 몸짓이 이해가 된다고 할까, 물고기의 기분이 느껴진다고 할까, 마치 내가 물고기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곤 했다.
딱 지금도 그 기분이 들었다.
까마득한 하늘 위에서 붙잡을 거라곤 딸랑 그네의 손잡이 같은 이 쇠 봉 하나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놓아버리고는 양 팔을 좌우로 뻗고는 그대로 눈을 감고 부딪혀 오는 바람을 느꼈다. (미친 걸까. 미친 걸지도)
[ 난 누구, 여긴 어디? ]
불안감은 요만큼도 없었다.
오히려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 같은
아늑하고 편안한 감각에 가까웠다.
이 때의 심정을 말로 표현하자면
하늘 속을 ‘헤엄치는’ 기분이라고 할까.
너무도 편안했고, 그만큼 여유도 따라왔다.
내 손끝의 방향에 따라 물살(바람살)이 갈라지는 것을 느끼며 이대로 좀 더 헤엄치고(날고)싶다는
강한 충동마저 일었다.
나는 날고 있었다.
[ 광활하게 펼쳐진 지평선만이 하늘과 지면을 구분하고 있다. ]
감았던 눈을 뜨자 여전히 내 앞엔 아무것도 없었다.
밑을 내려다 보니 파타야 해변이 한 눈에 다 보일 만큼 높이 날고 있는데도 거짓말처럼 요만큼도 무섭지가 않았다.
고소공포증이란 사실 무섭다는 공포감 보다도 그냥 생리적으로 몸이 반응하는 어지럼증 같은 건데 그마저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그저 하늘 위를 헤엄치는 지금이 너무나도 편했다.
그래서일까,
자꾸만 밑을 내려다 봤다.
이대로 날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일어
나도 모르게 군침을 꼴깍 삼켰다.
정말로 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편안한 이 기분 그대로 하늘하늘 날다가
사뿐히 내릴 수 있을 것만 같은
묘한 착각까지 들었다.
그제야
죽음과 근소하게 맞닿아 있는
익스트림스포츠가 왜 있는지,
그만큼 극도로 위험함에도
왜 사람들이 이 스포츠에 열광하는지
이 비행을 즐기고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맛을 알고 나면
다음은 진짜 날고 싶어진다는 걸.
낙하산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행복으로의 초대 09 에서 계속..
댓글목록25
쿠릉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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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님의 댓글의 댓글
우리 횐님들 맑은 하늘처럼
즐거운 일만 가득하기를!
세크티님의 댓글
아이님의 댓글의 댓글
조나단입니다님의 댓글
축하합니다. 행운의 포인트 81현금봉투를 획득하였습니다.
아이님의 댓글의 댓글
문제는 그 기대감이 너무 커서
기다리기가 힘들다는 거죠 ㅋㅋ
(오라오라오라)
블랙캣77님의 댓글
창공에서 보는 파타야라 ....
축하합니다. 행운의 포인트 126현금봉투를 획득하였습니다.
아이님의 댓글의 댓글
이벤트여서 그런지
더 감명깊었습니다.
짧지만 굵은,
잊을 수 없는
인생의 한 페이지!
toqurk님의 댓글
축하합니다. 행운의 포인트 438현금봉투를 획득하였습니다.
아이님의 댓글의 댓글
모든 것이 펼쳐질 겁니다!
cuwaaang님의 댓글
아이님의 댓글의 댓글
설마 그 하늘이 진짜 하늘일 줄이야.
하지만 그만큼 훨씬 더 짜릿했다는!!
달인소비님의 댓글의 댓글
김철용님의 댓글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실행력이 부럽네요
아이님의 댓글의 댓글
항상 좋은 것만 챙겨주는
우리 달인 믿고 뛰는 거죠. ㅋㅋ
두리님의 댓글
아이님의 댓글의 댓글
최곱니다!
슈뢰딩거의고양이님의 댓글
축하합니다. 행운의 포인트 252현금봉투를 획득하였습니다.
아이님의 댓글의 댓글
오라오라에서 벗어날 길은 단 하나!
티케팅 드가자~!!
슈뢰딩거의고양이님의 댓글의 댓글
아이님의 댓글의 댓글
김철용님의 댓글
축하합니다. 행운의 포인트 96현금봉투를 획득하였습니다.
아이님의 댓글의 댓글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축하합니다. 행운의 포인트 262현금봉투를 획득하였습니다.
달인소비님의 댓글
사우디지옥님의 댓글
동영상보고 이거 해보고싶다 생각들었는데
제가 열기구 타고싶다고 말은 하고 실천은 못했는데
오오오오오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