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낙원 [2/6] 가장 아름다운 [v2.3]
본문
5. meet NaNa
나나를 사진으로 처음 본 순간 선녀인가 싶었다.
어딘가 무릉도원의 경치 좋은 계곡으로 날개옷을 입고 내려올 것만 같은 청아하면서도 신비한 인상을 자아냈다.
그녀와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로 향해 직접 마주한 그녀는 몽환적인 첫인상과는 다르게 무척 생활력 넘치는 여성이었는데 그러면서도 묘하게 유리같은 섬세함도 함께 지닌 독특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차 문을 열고 그녀를 에스코트 해 뒷 좌석에 올랐다. 소비의 배려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아낌 없이 뿜어져 나왔고 바깥에 노출된 만큼 더웠을 그녀를 향해 에어컨 방향을 조정해 주었다. 내 작은 배려를 눈치 챈 것인지 그녀는 미소를 머금고 내게 살며시 기대어 왔다. 마치 잘 부탁한다는 수줍은 인사를 건내는 듯 했고 그렇게 우린 자연스레 밀착한 상태로 여행길에 올랐다.
생각보다 제법 먼 길을 가야 해서 피곤할 줄 알았는데 계속 함께 붙어 있을 수 밖에 없는 이 작은 밀실이 오히려 스킨십을 자아내 서로가 모르는 사이 낯선 거부감을 없애주는 역할을 도왔다. 이 또한 소비의 계산에 포함되어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깨닫고 그가 설계한 낭비 없는 일정세팅에 감탄했다. 목적지까지의 긴 시간은 길어지는 만큼 지루함이 수반될 뿐더러 시간이 한정된 여행자에겐 자칫 클래임의 여지까지 생길 수 있는 과감한 일정임에도 거침없이 진행한 데엔 역시 그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기에 가능한 결정이리라. 게다가 설마 이 이동시간을 아이스브레이킹으로 활용하다니 이렇게 낭비 없이 알뜰한 가이드가 또 있을까! 차창 너머의 햇살은 맑고 낯선 도로위의 풍경은 그 어떤 방송에서도 본 적 없는 신선한 풍경으로 가득하다. 이 지역에 와 있는 그 자체로도 지루할 틈이 없는데 심지어 내 어께에는 아리따운 소녀가 기대고 있다. 심지어 익살스런 차의 덜컹거림 마저 그녀의 풍만함을 내 어깨로 부드럽게 전해 주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최고 아닌가. 누가 이 차 안을 지루하다고 생각하겠는가. 여긴 그 어떤 vip룸 보다도 뛰어난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이 은밀한 부빔은 상황설정 놀이 같은 것이 아닌 이 자체로 실제 상황이다. 브라보. 최고라는 말로는 부족한 최상의 순간을 선물해 준 소비에게 마음 속 기립박수를 보냈다. 더 놀라운 건 여행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6. 온천과는 또다른 맛
문제는 예상치 못 한 곳에서 찾아왔다. 적지 않은 시간을 배로 이동해야 했는데 그녀가 멀미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뜻하지 않던 복병을 만난 거다. 안 그래도 오늘의 여행을 위해 전 날 새우잠을 자다시피 하고 나온 터라 평소보다 피로가 심했던 그녀는 이미 체력적으로 방진이 되버린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멀미까지 찾아와 버린 거다. 하물며 배에서 내리기엔 이 곳은 출렁이는 바다 한 가운데다. 최대한 그녀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해 봤자 고작 물과 타올이었지만-을주고 가장 편한 자세로 쉴 수 있게 하고 자리를 비켜 주었다.
소비와 함께 바다에 몸을 담갔다.
청명한 하늘과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물 한 가운데에서 나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해방감을 맛봤다.
그냥 물이 아니다.
그렇다. 나는 지금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다.
출렁이는 바다 위의 한적한 공기와 끝없이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면 더 할 나위 없는 자유가 내 안에서 뿜어져 나왔다. 힐링에도 급속충전이 있다면 바로 이 순간이 그럴 것이다.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편안함을 잠시 뒤로하고 몸을 돌려 바다를 품에 안으면 온갖 살아있는 산해진미가.. 아니, 아름다운 풍경이 나를 반긴다. 때지어 다니는 귀요미들, 우아하게 펄럭이는 열대어들, 그 밑에서 반갑다고 연신 손을 흔들고 있는 산호초들. 그녀와 함께 헤엄치며 데이트 할 상황은 날아가 버렸지만 오히려 에스코트를 덜어선지 온전히 바다에 집중 할 수 있었다.
배는 잠시 근처 섬의 해변에 정박했고 나는 곧장 그녀를 데리고 배에서 나와 육지로 향했다. 해변을 거닐며 즐길 수도 있었지만 지금 그녀에겐 그 어느때 보다 흔들리지 않는 정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적당히 그늘진 해안가에 자리를 잡고 내가 먼저 앉았고 그녀는 내 옆으로 와 자리를 잡았다. 그녀가 편히 쉴 수 있도록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누워 가만히 하늘을 바라 보며 산들바람에 내 마음을 실었다. 조용함 속에 자박이는 파돗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내가 대자로 누워 잠을 청하니 나를 의식하던 그녀도 긴장을
풀고 눈을 감으며 휴식을 취하는 듯 했다. 사실 그녀를 위한 행동이었기에 자는 척 슬며시 그녀의 상태를 살핀 거지만 그녀가 쉬는 이 공간이 더없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러자 정말로 솔솔 잠이 오기 시작했다. 해변의 모래는 어느 사우나의 찜질방 보다도 아늑했고 따스한 햇살은 가볍게 덥고 자기 딱 좋은 이불 그 자체였다.
저 멀리서 경적이 울렸고
낯선 알람소리에 나는 흠칫 눈을 떴다.
ㅋㅋ 진짜로 자 버린 것이다.
해변에서의 꿀잠이라.
이 또한 남부럽지 않은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림처럼 절경의 산호섬 해변에 누워
느긋하게 낮잠이라니.
그냥 자는 척이 아니라 정말로 편하게 잤다.
누군가에겐 버킷리스트일 수 있는 이 이상적 상황을
나는 몸소 즐기고 있었다. 이 사소함 조차 현실에선 꿈도 꾸기 힘든 이상향이라고 생각하니 새삼 소비랜드에 온 것이.. 아니, 오기로 한 내 결정이 무슨 신의 한 수라도 둔 것 처럼 흡족스러웠다.
7. Mindblow
이 풍경을 기억하는가.
살아있는 이 절경을 그림삼아 먹었던 오마카세.
살면서 이런 아름다운 풍경과 장소를 또 볼까 싶은 이 그림같은 장소에서 팔뚝보다 커다란 살아있는 물고기를 가져와 그 자리에서 회를 뜨고, 초밥을 말아주던 그 곳. 이는 두 말 할 것 없는 최상의 경험이자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최고의 기억 중 하나이다. 이 풍경은 단연코 다시 없을 절경이기에 비교군 자체가 없는 넘사벽 수준의 그런 곳이다. 그 어떤 고급지고 비싼 인테리어도 이 풍경에 비빌 수 없을 것이다. 아니 비비긴 커녕 발 끝에도 미치지 못 할 것이다. 그 곳은 장소 자체로 이미 어나더 레벨이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있던 녀석이 아니다. 심지어 소스까지!
잠시 머물렀던 무인도의 그림같은 해안을 떠나 우린 꼬창세븐에 다다랐다.
그 곳은 마치 길고 긴 귀경길 끝에 반가운 시골집에 오기라도 한 것 처럼 무척이나 익숙한 공기가 우릴 반겨주었다. 그렇다. 이 곳은 한국분들이 운영하는 곳이었던 것이다. 이 머나먼 타국땅 그것도 섬 깊숙한 곳에서 이렇게 살갑게 반겨주는 동포를 만날 거라고는 생각 못 해선지 그 반가움이 더 컸다. 오랜만에 본 먼 친척을 보듯 서로 얼싸 안으며 그리웠던 만큼 포옹을 연신 나누는 소비와 꼬창식구들. 흐뭇하게 그 반가움에 섞이며 자연스레 옆을 바라보는데 순간 헉 소리가 절로 났다. 눈이 휘둥그레 질 정도의 절경이 눈 앞에 있었다. 보자 마자 든 생각은 꼬란에서의 그 스시야. 근데 이건.. 워후…. 진짜 놀랐다. 아니, 이건 마인드블로우가 한 차레 내 머리에서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충격이었다. 설마..
설마 꼬란의 그 스시야를 능가하는 장소가 있었을 줄이야!
입이 안 다물어질 정도의 아름다움.
심지어 그 스시야처럼 이 또한 살아 있는 그림처럼
창밖 풍경으로 꾸며져 있어 더 놀랐다.
햇살이며 파도며 바람이며 살아숨쉬는 매 순간이 아름다웠는데 그 순간순간들이 온전히 그 곳에 담겨 있었다. 눈이 호강한다는 표현은 이럴 때 써야 한다. 정말 눈에 다 담기에 여념이 없을만큼 담아도 담아도 넘쳐 흐르는 아름다움이었다.
이제야 비로소 그가 왜 이 먼 곳까지 나를 이끌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이 풍경은.. 마치 천국이 있다면 아마 이런 곳이지 않을까 싶을만큼 아름다운 절경이었다.
그런데 놀라움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꼬창세븐에서의 만찬은 그리운 고국의 맛을 부르면서도 꼬창의 산해진미에서 오는 신선함이 더해져 한층 맛을 돋우었다. 피로를 잊게 해 주는 주인장의 요리솜씨와 더불어 즐거움과 반가운 이들의 웃음이 그 시간을 더욱 무르익게 했고 그렇게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즈음 테이블의 옆은 (당연한 얘기지만) 벽 같은 곳이 아닌 뻥 뚫린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끝을 알 수 없는 바다가 넘실대고 있었으며 저 멀리 지평선만이 그 광활함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그 자체로도 이미 살아있는 절경임에도 하늘은 또다른 숨은 선물이라도 준비했다는 듯 지평선 전역을 물들인 노을.. 아니, 예술이 드리우고 있었다.
두 눈에 담겨지지 않는 광활한 아름다움이 온 하늘을 뒤덮었다.
이것은.. ‘예술’이란 단어로 붙잡아 둘 수 없는, 초월적 경지에나 있을 법 한 황홀경이다.
말로는 이 감동을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이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그저 ‘노을’이란 두 글자에 담아내기엔 그 개념자체가 새로 쓰여야 할 만큼 너무도 달랐다. 사람들이 경비에만 수백만원 혹은 수천만원을 들여 북유럽에 가는 이유가 생전에 두 눈으로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라는데 그런 그들에게 이렇게 말 해 주고 싶다.
북쪽에 오로라가 있다면
남쪽에는 노을이 있다고.
3부에서 계속..
댓글목록8
헤르님의 댓글
축하합니다. 첫댓글 포인트 113현금봉투를 획득하였습니다.
하야님의 댓글
소주두잔님의 댓글
TOP달인님의 댓글
사우디지옥님의 댓글
일필휘지에 불알을 탁 칩니다....
나간다님의 댓글
역시 여인의 마음은^^
달인소비님의 댓글
마음을 열면 세상에 이런 명기가 다있나 싶은데
마음을 아무나 안열어주니, 정복의 기쁨도 있고!
축하합니다. 행운의 포인트 196현금봉투를 획득하였습니다.
STARSALL님의 댓글
축하합니다. 행운의 포인트 134현금봉투를 획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