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낙원 [4/6] 나를 비우기 [v1.7]
본문
9. 비워야만 채워지는
뜨겁게 미끌거리던 첫날밤과는 달리
다음 날의 여정은 그녀를 온전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계속되는 배멀미와의 전쟁으로
하루종일 시달려야 했고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녀의 안색을 살피며
식은땀이 맺힌 이마에
부채질을 해 주는 게 고작이었다.
묘하게 그녀와 꽁냥거릴 타임이 오질 않았다.
그녀의 컨디션 난조는 계속 이어졌고
겨우겨우 일정에 따라오는 그녀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그녀를 관리하는 입장에겐 미안하지만
단 둘이 있을 때 나는 그녀에게
휴대폰 사용을 막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보는 화면을
함께 보며 교감을 이어갔다.
꽁냥타임은 아니었지만
그녀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한 시간 두 시간 그녀가 넘기는 화면들을
함께 보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내게 사소한 이야기도,
그녀의 소중한 이야기도 내게 나누어 주었다.
나는 귀담아 들었고 공감하며 마음을 표했다.
그녀는 받아 주었고 사랑스러울 땐
이따금씩 달콤한 키스를 건내 주었다.
느긋한 시간이 흘렀고
그 편안함 속에 둘은
머리를 맞대고 누워 있었다.
그 시간 역시 좋았다.
일정이 하드한 것도 있어
첫날밤 때와 같이 그녀에게 숙면을 우선 권장하였다.
그녀는 매니져로서 소비의 안색을 살피는 듯 했지만
나는 그에겐 잘 말 할 테니
안심하고 푹 쉬도록 해 주었다.
하지만 역시 눈치 백단인 소비는 이를 감지 했고
한 차례 고름 짜는 시간을 가지며
자리는 바늘방석이 되고 말았다.
매 순간 내게 최상을 안겨주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소비에게
그리고 언제나 분위기를 무르익게
해 주는 햇살같은 미소에게,
그리고 힘든 여행에 기꺼이 함께 해 준 그녀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가득했다.
소비의 회초리는 직접적인 만큼 가감이 없었고
즉효약처럼 효과도 빨랐다.
나는 다시금 나를 비우기 시작했고
비우고 나니 다시금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렇게 나는 이 여행을 통해
또 한 차례 성숙해 지는 행운과 함께
제 2막을 열어 갔다.
5부에 계속..
댓글목록8
헤르님의 댓글
축하합니다. 첫댓글 포인트 270현금봉투를 획득하였습니다.
나간다님의 댓글의 댓글
축하합니다. 행운의 포인트 397현금봉투를 획득하였습니다.
korea999님의 댓글의 댓글
TOP달인님의 댓글
명필이 오셨다 가셨네요
소주두잔님의 댓글
기다리던 후기네요
소주두잔님의 댓글의 댓글
나간다님의 댓글
후기라기 보다는 팔만대장경 남은 귀퉁이에 새겨야 할 달인 역사인듯
노인협객님의 댓글
저도 가고 싶네요.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