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낙원 [5/6] 벼랑 위의 꽃 [v1.8]
본문
10. 벼랑 위의 꽃
나는 육체적인 섹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욕구해소를 위한 소변보듯
배출하는 섹스는 싫어한다.
그러다보니 만남을 갖는 여성에게
제법 정성을 들이는 편이다.
내가 관심을 기울인 만큼
그녀 안에 사랑이 채워지고
채워진 사랑이 넘치기 시작할 때
꽃이 활짝 피듯 그녀도 피어오르고
그렇게 나누는 사랑은 잘 익은 과실처럼
과즙이 넘쳐 흐르기 때문이다.
나는 보통 이 교감을
꽁냥타임에서 채우곤 하는데
묘하게 그녀에겐 이게 잘 통하지 않았다.
보통 어느정도에서 호응이 오기 마련인데
그녀는 어딘가 달랐다.
까다롭다기 보다는
뭔가 섬세함이 묻어났다.
문득 소비에게 그녀를 소개받을 때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녀에 대해 이런 저런 설명과
첨언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귀한 손님이 왔을 때에나 꺼낼 법한
아끼는 술을 건낼 때와 같은 인상을 받았었는데
그녀와 시간을 함께 하면서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돌이켜 보면 그녀는 어딘가 달랐다.
어려웠다.
그녀는 쉽사리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다.
허락해 준 몸은 마치 이렇게 말 하는 듯 보였다.
'이 몸은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도 좋아.
대신 날 건드릴 생각 마'
어째서인지 그녀 안에 나의 사랑이 채워지지 않았다.
여물지 않은 과일은 따 봤자 시거나 떫을 뿐이다.
그 꽃이 어떤 아름다움을 가졌는지 알 지 못한 채
봉우리만을 품을 수는 없었다.
나는 서비스 사운드 역시 좋아하지 않는다.
느끼지 않는데 서둘러 쥐어 짜려는 듯
귀를 울려대는 교태는 오히려 팍 식게 만드는
역효과 마저 부를 정도다.
마음 없는 울림이란 공명을 자아내지 못 하는 법.
하지만 첫날 그녀가 내 위에서 보여줬던 춤은
갈증 그 자체였고 욕망을 있는 그대로
꾸밈 없이 보여주었다.
설마 그게 맛보기였을 줄이야!
천상의 맛을 알아버린 이상 되돌릴 순 없다.
아무리 힘든 곳에 맺혀있다 하더라도
사랑으로 꽃을 피우리라.
..고 마음 먹었지만
좀처럼 그녀는 마음을 열지 않았고
야속하게 시간은 거침없이 흘러가
어느덧 여행 마지막 하루를 남기고 있었다.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성이 따로 없었다.
모든 것을 다 부딪혔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 한 나는
다가온 시간 앞에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아쉽지만 나로선 역량 부족이었던 거다.
그만큼 섬세한 꽃이었고,
그만큼 진귀한 술이었다.
나로서는 맛 볼 수 없었지만
짐작컨데 천상의 맛이었으리라.
어떻게 아냐고? 어렵지 않다.
지금껏 소비는 늘 최고를 아득히 넘는
'최상'만을 내게 준비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귀한 술을 꺼내듯
그녀를 내게 소개시켜 준 것이고
나라면 그녀의 문을 열 수 있을 거라
짐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그녀는 어딘가 나와 닮아 있었다.
미묘하게 파장이 나와 몹시 닮아 있는 그녀는
흡사 거울처럼 매 순간 내 행동 그대로
내게 되돌려 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야 조금 그녀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녀의 열쇠를 여는 건 온전히 내 몫이지만
아쉽게도 내게 남겨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렇게 여느 때와 같은 깊은밤 술자리에서
나는 이와 관련한 고민을 하나 털어놓았고
소비는 별 거 아니라는 듯 그 고민을
그 자리에서 해소시켜 주었다. 아니,
정확히는 해소하는 방법을 대놓고 보여주었다.
이렇게 하면 돼.
못 한다고 생각 하지 마.
못 한다고 얘기 하지 마.
그냥 해 봐.
Just Do It !
새벽 세 시의 밤이었다.
11. 내 인생 최고의
귀국까지 24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점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아니 생겨났다.
조금씩이긴 했지만
그녀는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나는 조바심 내지 않고 천천히
그녀의 울림에 응하듯 합을 맞추었다.
그렇게 다시 우리는 첫키스를 나누던 때 처럼
점점 빠르게 공명하기 시작했다.
아.. 이런 거구나..
소비가 그토록 답답해 하며 가르쳐 주려 했던 걸
비로소 깨달았지만 아쉽게도 내겐 이제
더 이상 남은 시간이 없었다.
이별의 시간이 가까워진 만큼
그녀하고만 붙어 있을 순 없었고
신사들끼리의 유종의 미를 거두며
바깥에서 사담을 나누고 있었는데
문득 소비가 날 툭 치며
승리한 표정으로 씨익 쪼갰다.
“야, 너 부른다.”
그녀가 문 너머에서 보란듯이 유혹하고 있었다.
이야기 도중이라 더 멋적은 것도 있지만
이렇게 모두의 앞에서 당당히 유혹하는 그녀가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웠다.
유달리 감이 빠른 소비는 직감적으로
내가 그녀의 열쇠를 열었다는 것을 알았고
감출 수 없는 아빠미소를 지었던 것이다.
이 다음은 굳이 서술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나는 천상의 맛을 보았다.
아니 이번엔 맛만 본 것이 아니지,
탐 . 닉 . 했 . 다 .
몇 번의 오르가즘이 있었을까.
몇 번의 채위를 가졌을까.
그 사이 몇 번의 대화를 나누었을까.
몸의 대화. 말의 대화. 눈빛의 대화.
쾌감의 대화. 희열의 대화.
신음으로 대화 해 보았는가?
신음 자체만으로도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걸 나는 이 때 알았다.
분명 우린 신음만으로도 통신이 오고 갔다.
텔레파시처럼 만감이 교차하며
서로 공명했고 서로가 반응해 주었다.
세상에 이런 섹스가 있구나.
아니지, 이게 섹스인가..?
어쩌면 Make Love가 이런 걸까.
그만큼 우린 계속되는 갈증속에 서로를 탐했다.
어쩌면 이건 만족이란 단어로 표현해선 안 되는
조금은 신성한 경험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돌이켜 보니 내 인생 통틀어 몸을 섞어 본 이래
이렇게 좋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명료한 만큼 단순 했다.
난 그에게 가서 말 했다.
“내 인생 최고의 섹스였어.”
역시나 아빠미소로 그는 화답했다.
“백 번 천 번 섹스 하는 것 보다
천상의 맛 한 번 보는 것 만 못 하지.”
fin.
댓글목록11
늦둥이님의 댓글
후기인지... 여행기인지... 어쨋든 부럽습니다~
그리운 그곳이 생각나게 하는 글이네요~~ ^^
축하합니다. 첫댓글 포인트 37현금봉투를 획득하였습니다.
헤르님의 댓글
TOP달인님의 댓글
아이님 감사합니다
나간다님의 댓글의 댓글
축하드립니다!
소주두잔님의 댓글
개. 부. 럽. 다.
나간다님의 댓글
에필로그 기다리겠습니다ㅎ
낮깨비님의 댓글
ekfdls002님의 댓글
따기 힘든 꽃을 함축한 표현이었군요!
축하합니다. 행운의 포인트 460현금봉투를 획득하였습니다.
korea999님의 댓글
korea999님의 댓글의 댓글
공진당님의 댓글